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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eld Notes from the City
강가에서 건져 올린 노트

Zanmulgyeol (ripples) | 서울의 살아 있는 새와 유령 새들
작가 Joonhee Myung(JUNOS)의 《Zanmulgyeol (ripples)》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숨결 속에서 태어난다. 작가는 복원된 하천을 따라 돌아오는 왜가리들을 바라보고 오래된 철문 속에 희미하게 각인된 학(鶴)의 자취를 더듬는다. 움직이는 새와 정지된 새, 생과 조형 사이에 놓인 이 기묘한 평행선은 처음에는 단순한 우연처럼 보이지만 곧 도시의 기억과 상징의 생태계, 이주의 감정까지 건드리는 깊은 울림으로 확장됨을 알 수 있다.
이 여정의 배경은 서울 북부의 불광천에서 2023년부터 작가가 이 흐름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회색 도시 한가운데서도 하얀 날개로 귀환을 반복하는 왜가리들의 예민한 생존 방식을 지켜보면서 시작된다. 같은 시기 명 작가는 오래된 동네 문들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해와 비, 재개발로 벗겨지고 갈라진 나무문 속에서도 기묘하게 남아 있는 학의 문양들. 살아 움직이는 형상과 문 속에 봉인된 형상 사이가 알 수 없는 힘으로 이어진다.
그 둘 사이에는 생과 비생, 귀환과 잔존, 자연과 건축이 겹쳐지는 틈이 드러난다. 하나는 도시의 리듬에 끼어 사는 생명의 일부이고, 다른 하나는 시대를 견디다 지워지기 직전의 상징이다.
칠레·러시아·한국을 오가며 자란 작가에게 이 만남은 유년의 감각과 오래된 이동의 기억을 함께 흔들어 깨운다. 《Zanmulgyeol 잔물결》은 단순한 관찰을 넘어 자신이 살아온 “틈새의 삶”을 다시 읽어내는 어떤 통로가 된다. 도시는 고정된 배경이 아니라, 조각난 이미지와 상징, 무심한 흔적들이 잠시 모여 소속이라는 감각을 흘려 보내는 거대한 파동의 장이 된다.
‘잔물결’이라는 제목은 이러한 방식을 정직하게 품어낸다. 미세한 관찰에서 시작해 시간이 지나며 더 넓은 기억의 지층으로 번져가는 흔들림.
이 느리게 쌓인 노트와 관찰은 A5 사이즈의 리미티드 에디션 진(zine)으로 완성되었다. 디지털과 파인아트 인쇄가 겹겹이 얽힌 이 책은 사진, 드로잉, 짧은 산문을 통해 강둑의 길과 골목, 생명의 날개와 나무 속 실루엣을 번갈아 넘나든다.
텍스트는 이미지들 사이를 흐르듯 잇는 조용한 실이다. 걸으며 적은 문장들, 골목의 빛이 만든 사유들, 반복되는 기도 같은 구절들
“물이 아니어도, 새는 앉는다.”
이 진은 앞으로 도시의 기억과 상징 생태에 관한 더 넓은 대화를 위해 계속 확장될 예정이다. 작가는 아직 철거되지 않은 서울의 문들을 꾸준히 기록하며, 이 수집이 다음 해 발행될 두 번째 진의 기반이 될 것이라 한다. 도시가 끊임없이 변형되는 동안, 야생과 건축, 오래된 모티프들이 잠시 겹쳤다가 흩어지는 순간들을 기록하려는 시도이다.
《Zanmulgyeol (ripples)》은 이미 싱가포르, 인도, 한국 그리고 영국 Women Alternative Photo Group 등 여러 국제 무대에 소개되었다. 사진, 영화, 일러스트레이션, 글쓰기를 넘나드는 작가의 작업은 늘 장소의 시학과 이주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어떻게 변형시키는가를 탐구한다. 그녀는 Junos Creatives라는 이름 아래, 한 장면이나 한 조각의 문장 속에서도 말로 다 전해지지 않는 내면의 울림을 포착해낸다.
이 프로젝트 속 서울의 새들은 살아 있든 조각되어 있든 모두 어떤 존재의 표지들이다. 회복력의 상징이자, 상실의 그림자이며 동시에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도시의 조용한 언어를 되살리는 매개들이다. 작가의 작업은 그 언어를 더듬고, 우리가 일상 아래 묻힌 서사들을 잠시라도 감지하게 만든다.
-피플 오브 프린트 편집팀 (런던,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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